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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2월 일본 홋카이도 여행 - 2일차 아사히카와, 비에이 본문

커튼을 열어둔채로 잠들었으니 눈을 뜨니 바로 바깥의 풍경이 보입니다. 새벽간 눈이 많이 왔는지 건물 옥상의 울타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쌓였고 도로에도 검은 부분이 전혀 보이지 않네요. 어제 안주 삼았던 회전교차로도 여기가 도로인지 주차장인지 전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입니다. 중앙의 구조물만이 여기에 회전교차로가 눈에 묻혀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잠깐 눈구경을 하다가 조식을 먹으러 갑니다.


아트 호텔 아사히카와의 조식은 양식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침인데도 라멘이 나온다는 점에서 여기가 일본의 호텔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있었습니다. 맛은 특출나지 않았지만 식당을 카페처럼 고풍스럽게 꾸며두고 살짝 어두운 조명 아래, 커다란 창문으로 바깥을 볼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어느새 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을 보며 아침 식사를 합니다.

아침을 다 먹고 방으로 돌아오니 이젠 회전교차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눈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 고생할 버스 기사님을 걱정하며, 체크아웃을 위해 짐을 쌉니다. 오늘의 첫번째 일정은 아사히카와 인근의 오토코야마 양조장입니다.


버스 기사님을 걱정한게 무색하게 아사히카와 시내에서 그리 멀지도 않은 곳인데 어느덧 푸른 하늘이 보입니다. 오토코야마 양조장은 이름 그대로 오토코야마라는 주류회사에서 운영하는 공원 겸 박물관 겸 매장이에요. 닷사이, 쿠보타처럼 사케를 만드는 회사라고 하네요.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모습도 보이는걸 보면 진짜 사업장인가봐요.

매장 내에는 오토코야마에서 만드는 사케를 시음할 수 있는 코너가 있어서 아침부터 술을 들이켰습니다. 많은 양을 마실 수 있는건 아니지만 충분히 술의 맛은 느낄 수 있네요. 사케인데도 화이트 와인처럼 달콤한 맛이 나는 술이 있어서 맛있게 마셨어요.
투어 일정상 박물관까지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단체투어는 이런게 참 아쉽네요. 길지 않은 시간을 보낸 뒤 다시 버스에 오릅니다. 숙소를 아사히카와에 잡은 이유인 비에이 투어를 보기 위해 서둘러서 가야한다고 하네요.

비에이 투어 하면 역시 패치워크 로드부터 시작이죠. 먼저 세븐스타 나무입니다.

그리고 세븐스타 나무 옆의 자작나무...가 있었던 자리입니다. 자작나무들은 이번 여행 한 달 전인 2025년 1월에 벌채되었다고 하네요.
여기까지가 패치워크 로드 관광이었습니다.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라고 하면 크리스마스 트리, 켄과 메리의 나무도 유명하지만 지금은 출입이 통제되고 있어서 볼 수 없다고 하네요.
비에이 버스 투어는 이번이 3번째 경험입니다. 전에는 멋진 풍경이 연달아 이어져서 비에이 버스 투어가 정말 좋은 기억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대형버스 출입금지가 되거나 아예 나무를 베어버린 장소가 많아서 지금은 더이상 갈 이유가 없네요. 이번이 비에이는 마지막일 수 있겠다고 아쉽게 생각하며 다시 버스에 오릅니다.


여긴 사계채의 언덕입니다. 여름이면 여러가지 꽃이 줄을 지어 예쁘게 피는 곳이죠. 물론 지금은 겨울이라 온통 눈밭입니다.
넓은 언덕을 활용해 스노모빌 뒤에 고무보트를 달아서 라이딩을 하고 있었어요. 저도 타봤는데 고무보트가 스노모빌에 휘둘리며 눈밭을 드리프트하니 꽤 재밌었어요.

점심을 먹으러 옵니다. 단체투어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급식형 식당이에요. 자리마다 세팅된 소시지와 야채 구이에 더해 반숙 계란을 얹은 카레라이스가 이번 메뉴입니다. 예상되는 맛 그대로네요.
다음으로 갈 곳은 청의 호수입니다. 여기도 비에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푸른 빛의 물이 차있는 호수가 예쁜 관광지이죠. 하지만 이렇게 눈이 잔뜩 쌓이는 날씨에 호수가 보일까요?

물론 보일리가 없습니다. 저 멀리 나무가 듬성듬성한 부분의 아래에는 파란 호수가 얼어붙어 있겠거니, 하고 상상만 해봅니다. 그래도 호수 외곽으로 하얀 자작나무가 잔뜩 심어져있어 아쉬움을 조금 달래줍니다. 그래도 다음 장소에서는 푸른 물을 볼 수 있을거에요.


다음으로 도착한 곳이 흰수염 폭포입니다. 호수와는 다르게 물이 세차게 흐르다보니 얼거나 눈에 덮이지 않은 파란색 물이 보입니다. 추운 날씨에 폭포도 겉부분이 얼어서 파란 폭포가 된게 장관이었어요. 아까부터 설원과 숲만 잔뜩봐서 조금 질리는 참이었는데 계곡과 산이 보이니 속이 시원하네요.

다른 곳도 눈이 많이 왔지만 이쪽은 눈이 특히 많이 왔던 모양이에요. 매점의 창문이 발치에 있길래 왜 이렇게 불편하게 지어놨나, 했더니 그냥 매점이 창문까지 눈에 덮인거라고 하네요. 이렇게 눈이 많이오는게 일상이라니 정말 홋카이도의 겨울은 신기하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 정도로 눈이 많이 오는 것은 일상이 아니었나봐요. 어제부터 이어진 폭설에 고속도로 통행이 통제됐다고 합니다. 이제 비에이 관광을 끝내고 삿포로 인근의 숙소로 이동할 예정이었는데 국도를 경유하는 방향으로 이동경로가 크게 수정됩니다. 숙소에도 예정보다 늦게 도착하게 되었네요.
아침부터 계속 눈을 맞으며 돌아다녔더니 피로가 쌓였나봐요. 버스에 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잠에 듭니다.

이동거리가 꽤 되다보니 자다깨다를 여러번 반복하며 지루함을 느낀 끝에 겨우 도착한 숙소입니다. 삿포로의 남서쪽에 위치한 조잔케이 뷰 호텔이 오늘의 숙소입니다. 료칸형 호텔이라서 다다미에 자리가 깔려있네요.
살짝 세월이 느껴지는 작은 집기, 방에서도 느껴지는 조금 습하고 후끈한 공기가 딱 료칸이라는 느낌이 드네요. 접하기 쉬운 서양식 호텔과 다른 이 맛도 신선해서 정말 좋아합니다.

시내에서 먼 곳에 위치한 숙소라 인근에는 드문드문 숙박시설과 상가가 있을 뿐입니다. 이런 숙소는 혼자 대중교통 여행을 할 때는 좀처럼 묵을 일이 없으니 창 밖으로 보이는 한적한 야경이 이 부분에서도 신선하게 느껴지네요.
버스를 오래 타서 저녁식사 시간도 살짝 지난 시간입니다. 짐만 풀어두고 바로 식사를 하러 갑니다.

분명 객실은 료칸이고 복도는 카펫이 도톰하게 깔린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였는데, 식당에 들어서니 갑자기 굉장히 넓고 천장도 높은 으리으리한 현대식 호텔 뷔페가 나타났습니다. 재건축을 한 수준이 아니라, 이 부분만 신관으로 새로 지은 느낌이네요. 인테리어만 멋진 것이 아니라 메뉴도 다양하고 맛도 정말 좋았어요. 허기진 상태인걸 감안해도 정말 맛있었습니다.
사케 바에서 술도 마실 수 있지만 술은 잔 단위로 별도 비용이 청구됩니다. 술의 종류가 다양해서 이것저것 먹어보고 싶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네요. 그래도 아쉬우니 맥주 딱 한 잔만 들고 옵니다.
처음보는 음식도 많고 맛도 좋으니 간만에 배부르게 뷔페를 즐깁니다. 정말 좋았어요.
식사를 마치고 호텔 내부를 구경하다가 바깥 구경도 할 겸 편의점으로 향합니다. 자기 전에 마실 술을 사와야죠.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에 조잔케이 뷰 호텔의 건물과 간판 사진을 찍어봅니다. 이쪽도 눈이 많이와서 간판은 절반이 묻힌 상태네요.
정말 기분이 좋은 시간이었어요. 찬바람과 눈보라로 겨울이 과도하지 않게 한껏 느껴지고 손에는 자기 전에 마실 맥주와 안주. 방금 먹은 맛있는 저녁으로 포만감이 있고 조금만 걸어서 숙소에 돌아가면 잠시 후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맡길 예정. 무엇하나 걱정 없이 여행을 즐긴다는 편안함과 즐거움으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편의점에서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는 족욕을 할 수 있는 공간도 있었어요. 따끈따끈하게 김이 올라오는걸 보면 발을 담궈보고도 싶지만, 좌석에 눈이 쌓여있는 것처럼 수시로 눈보라가 치는 날씨에 도저히 한 자리에 앉아있을 엄두는 나지 않았습니다.
편의점에 다녀와서는 맥주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바로 대욕장으로 갑니다. 천연온천이 흐르는 노천탕에서 차가운 눈보라를 맞으며 뜨거운 물에 가슴까지 담그고 있으니 피로는 물론이고 평소의 걱정까지 싹 녹아내리는 만족감에 젖어듭니다. 좋네요.
그리고 목욕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와 달아오른 몸에 냉장고에서 차갑게 식힌 맥주를 쭈욱 들이키면서, 이번 여행의 2일째 일정을 이렇게 완벽하게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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